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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말하고 싶은 손

손이 말을 하고 싶어 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방송을 진행하고 토론회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잘 모른다. 모니터를 하다보면, 어느순간 나오는 화면에선 말보다 손이 먼저 말하고 있음을 알고는 빙그레 웃는다. <첨단국가의 초석 방위산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서너분의 관련 패널을 섭외하고 방위산업관련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논쟁이나 격렬한 토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방위산업의 이모 저모를 다루는 것으로 무기체계 전반 즉 육해공군의 무기체계 획득과정을 국방과학연구소 과학자, 기품원,  국방부(육해공해병대), 방사청, KAI, LIG, 한화, 풍산과 같은 방산업체분들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가급적 사회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더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나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말을 할때 손 동작이 많다. 예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한항공을 잠시(3년 반) 다닌적이 있다. 대한항공 입사후 신입사원 교육이 진행되었고, 당시 우리 기수 반장을 맡았다. 3개월의 교육이 거의 마무리 될 즈음 회사 이사분들과의 대담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반장으로서 몇 가지 회사에 건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높은신 어느 이사분이  "라미경씨는 말을 할 때 손동작이 참 많아요" ㅎㅎㅎ 처음 알았다. 내가 손으로도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항공 퇴사 후, 학업을 계속이어 나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제는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할때마다 이사님 음성이 들린다는 것이다. 하루는 강의를 하다가 손 동작 사용를 막으려고 교탁을 두 손으로 꼭 잡고, 판서를 하기 위해 잠깐 돌아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자세를 유지했다. 학교 강의, 외부특강, 방송에서 내 손은 입과 함께 중요한 강의 기재로 사용하고 있다.

잦은 동작은 집중을 방해할 수 있지만, 몇 차례의 동작은 말하는 이의 '중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재이다. 오늘도 손은 나의 의도를 충분히 알고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