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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편지

세화야

 '여름이라는 터널'

 

 

재수하는 딸이 통과하기 가장 어려운 '여름이라는 터널'을 만났다

 

힘들지?!

기나긴 지난 몇 달 보는 이도 힘든데

너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니?

 

잠에 취한 것인지

체력이 방전이 된 것인지

그냥 우울로 찾아 들어간건지

 

보다 못한 내가

너를 끌어내기 위해 알아본 학원이 '독학재수학원' 이다.

일정한 시간에 등교했다가

정해진 시간에 하교하는 것으로

특별한 강의를 듣는 것도 아닌데

한 달에 60만원을 하더구나.

 

지금은 경제적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두운 터널에서 너를 건져내고 싶음이 우선이었다.

 

너도 힘에 겨웠는지

저항도 하지 않고 엄마를 따라 나섰다.

 

정확히 6일째

점심을 먹으러 집에 온 너가 목 놓아 울음 터뜨리는데

순간, 엄마는 눈 앞이 캄캄해지더구나

 

공부하는 것이 힘든게 아니라

혼자 밥먹고 벽 혼자 공부하고...

혼자 공부하는 방식을 터치받고 일일히 검사받고...

혼자 돌아오는 것이라면 차라리 다시 독서실로 가겠다고

 

가까운 독서실에 있었을 때는 집에와서 밥이라도 먹었는데

점심,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혼자 카드 찍고

나와서 샐러리맨들 당골 밥집에 쭈볏거리며 들어가서

순두부찌게를 먹고...밥을 먹는건지 사람들 시선을 먹는건지.

그날 공부한 것을 책을 펴고 검사를 받는 순간은 모멸감이 들고  

그리고 귀가하고..

 

결국, 나머지 돈을 환불 받고 세화는 독서실로 귀환했다.

 

엄마 생각이 짧았다.

자기 관리가 잘 되는 너를

학습이 아닌 생활 관리를 시키는 곳으로

우격우격 구겨 넣어서

또 상처를 받게 했으니...

 

사랑하는 세화야!

이제 130일 정도 남았구나.

'여름이라는 터널'은 누구나 지나야만 하는 곳이야.

피해가거나 돌아가는 길이 있다면 좋으려만

필연적으로 가는 길이기에

즐기면서 가는 지혜를 배우자구나.

 

2017년 대한민국 사교육1번지 강남 대치동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상관없이 너는 너대로의 길로 가거라.

엄만 세화 널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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